글/ 서금화 (여, 50대, 서울 구로구 거주)

 한국에서 태어나 외할아버지의 등에 업혀 중국으로 가셨던 엄마는 2004년 한국으로 오셔서 국적을 회복하시고 행복하게 생활하고 계셨다.
 
그러던 중 200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그 후유증으로 일어서서 걷는 것이 힘들어지셔서 장기요양등급 3등급 판정을 받았다.
 엄마는 낙심이 컸다. 자식들에게 도움은 못 줄망정 부담만 준다면서 늘 미안해 하셨다. 2년간 꾸준히 데이케어센터를 다니면서 엄마의 걸음걸이는 많이 좋아지셨지만 얼굴에는 늘 근심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무용이 재활에 좋다면서 한국무용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엄마의 지금 상황에 한국무용을 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 하다고 극구 만류해 보았지만 엄마의 결심이 단호해서 했다.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려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을 알고 있기에 엄마의 도전을 막을 수 없어 나는 복지관의 한국무용반에 등록을 해 드렸다.
 그날부터 엄마는 한국무용의 기본 동작을 익히느라 무용반에서 열심히 배워 오시고 또 집에서도 수시로 연습을 하셨다. 불편한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칠거리다가 넘어지시기도 하셨고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온 몸이 흠뻑 젖었지만 엄마는 결코 포기하지 않으셨다.
엄마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몸의 중심을 잘 잡아가기 시작하더니 점차 몸을 돌리는 어려운 동작들도 척척 해낼 수 있게 되었다.




 1년 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엄마의 실력은 눈에 띄게 늘었다. 상태도 많이 좋아져서 무용단 단원들과 함께 온전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되었고 복지관이나 요양원으로 한국무용 봉사를 다니시며 다른 어르신들께 즐거움을 드리는 한편 당신도 무척 행복해 하셨다. 그리고 여러 대회에 참가해 상을 받기도 하셨다.
 단순히 건강을 회복하여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결심으로 시작된 엄마의 한국무용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고  약간의 성공도 이루게 되었다. 한국무용은 엄마의 건강을 회복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엄마가 병원에 누워계실 때 번갈아가며 병수발을 하던 우리 삼형제는 이젠 공연 때마다 현장에 가서 엄마를 응원하는 든든한 팬이 되었다.
오늘도 엄마는 무용복이 담긴 캐리어를 끌고 복지관으로 가셨다.
엄마의 한국무용 도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본문은 KBS라디오 한민족 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수요일의 행복우체통>에서 3월 20일 방송된  서금화(여, 50대, 서울 구로구 거주)이 보내온 편지글입니다.>


KBS라디오 한민족방송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에 사연을 보내주시려면 KBS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홈페이지 청취자 참여 (클릭하면 바로 접속됩니다) 코너에 올려주시거나 artcenter33@hanmail.net 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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