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혜순 (여, 40대, 경기도 수원시 거주)

난 머리염색을 하러 다니는 지정된 가게가 있다. 갈 때마다 사장님이 항상 꽃 같은 웃음으로 맞이해 주셔서 기분 좋게 다닌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난데없이 이쁜 강아지가 쪼르르 소파에서 내려오면서 까칠하게 짖어대는 것이었다.

 

"우메~"

 

난 깜짝 놀라 주춤했다. 사장님이 잠깐 나갔다 들어오라고 해서 난 다시 문을 열고 나갔다가 들어왔다. 근데 강아지가 더 억척스레 짖어댄다.

내가 넘 빨리 들어왔나 싶어서 다시 밖에 나갔다가 한숨 돌리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는데도 으르렁댔다.

이젠 아예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돌아섰다.


 

(사장님) "사모님. 사모님이 아니구 얘가 나갔다와야 해요."

 

사장님이 이삐를 안고 밖에 나가더니 3분쯤 들어왔다. 이 이삐란 놈이 글쎄 아주 얌전히 새침까지 떨면서 주인의 품에 안겨 들어오는 것이었다.

 

(주인공) "아니 이게 뭔 시츄이센이래요?"

(사장님) "자기가 먼저 들어왔다고 이래요. 순위를 따지면 자기가 먼저라는 거죠.ㅎㅎㅎ...나갔다가 들어오면 자기 순위가 뒤라고.....놀라셨죠?"

(주인공) "... 네에..."

(사장님) "아들 친구가 외국 가면서 주고 갔는데 이렇게 사람을 놀래켜요. 이젠 와서 만져도 괜찮아요."

 

사장님은 구구절절 해석하면서 민망해 했다. 난 믿기지가 않아서 긴가민가하면서 가까이 다가가서 강아지를 쓰다듬었더니 꼬리를 흔들고 애교까지...난 놀란 가슴을 달래며 눈을 감고 머리염색을 하고 있는데 문소리와 함께 이삐의 살기차게 짖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

나처럼 혼비백산한 손님은 이삐가 나갔다 와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순위라는 것에 대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인간은 많은 환경에서 순위를 따진다. 회사에서도 순위, 군에 입대해서도 순위, 차를 탈 때도 순위...하여간 인간이나 동물이 존재하는 한 순위는 존재하고 거기에 따르는 대우도 존재하겠구나!

이 간단한 이론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한낱 강어지 땜에 다시 알게 됐다.

다음에 염색하러 갈 때도 이삐를 봤으면 좋겠다. 난 이젠 이삐 팬.

 

<본문은 KBS라디오 한민족 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수요일의 행복우체통>에서 327일 방송된 김혜순(, 40, 경기;도 수원시 거주) 님의 편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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