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한민족방송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수요일의 행복우체통"

10월 2일 수요일의 행복우체통 오늘의 주제는 고독경제입니다.

혼자 사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중국에서는 고독경제라는 말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결혼을 하려하지 않고 혼자 생활하는 젊은이가 2억명에 이르다 보니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가치 창출 산업이 뜨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 뿐만 아닌 것 같다.

혼자 생활하는 젊은층의 증가는 어떤 의미인가? 희망일까 절망일까?

특히 부모를 의존해 혼자 사는 젊은층의 증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많다고 본다.

 

-오늘의 편지사연


편지사연.. 1. 찐만두

김일현(, 50), 중국 길림성 연길시

편지사연.. 2. 엄마와의 데이트

한철욱(, 10) 한철욱, 중국 길림성 안도현 조선족학교 6학년 1

 

KBS라디오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http://program.kbs.co.kr/scr/radio/fa...

편성: -07:0008:00

연출: 김경희 작가:김경순 진행:이소연

매주 수요일 행복우체통 시간에는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가 출연하여 중국동포 분들이 보내주신 오늘의 사연을 2편씩 선정하여 읽어드리고 이야기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 편지사연.. 1. <찐만두 사랑>

김일현(, 50), 중국 길림성 연길시

 

주말에 나와 아내는 산보도 하고

시원한 공기도 마실 겸 아침시장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아침 시장에서 나의 이목을 가장 끈 것은

한족들이 파는 찐만두였다.

만두 몇 개를 사서 봉투에 넣으면서

나는 젊은 시절 있었던 우스운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전 국민이 배급제로 식량을 먹을 때

솜씨 좋은 어머니는 늘 배급받은 밀가루로

우리에게 찐만두를 해주었다.

배곯던 시절이라 나의 찐만두 사랑은 각별했는데

어머니가 만두를 쪄주는 날은 명절날이나 다름없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저녁으로 찐만두를 하려고

밀가루를 발효시키고 있는데

나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한 번도 안 해본 만두를

나 혼자 만들려고 마음을 먹었다.

어깨 너머로 본 어머니의 만두 찌는 솜씨를 되새기며

만두를 빚어 어머니 퇴근시간에 맞춰 만두로 저녁상을 차렸다.

 

 

(어머니) 아이구,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컸냐?

내가 너한테 공들인 보람이 있구나...

 

사실 우리 어머니는 계모였다.

친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더라면

내가 셈이 더 늦게 들었을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계모에게 도움이 되려고 눈치보고 애를 썼다.

그날 저녁상에 앉아 배고픈 탓에 만두를 먹기는 하였지만

어머니가 빚은 만두와는 맛이 달랐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색을 안 하고 맛있게 드셨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이상하게 거품이 많이 났지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며칠 후 어머니가 빨랫감을 물에 적시다 말고

병에 담긴 가루비누를 못 보았냐고 물어 모른다고 했다.

 

(어머니 혼잣말) 한 병에는 소다를 담고,

한 병에는 가루비누 담았는데

왜 가루비누가 하나도 없지?

 

그때 아차, 하고 생각이 났다.

그날 만두를 찔 때 내가 가루비누와 소다를 분간하지 못해

가루비누를 넣고 만두를 빚었던 것이다.

그래서 설거지하는 내내 유난이 손이 미끌거리고

만두 맛도 어머니가 한 것과 달랐던 것이다.

그쯤이면 어머니도 영문을 알았을텐데

어머니를 돕겠다는 나의 갸륵한 마음을 알아서인지

웃으면서 넘기셨다.

세월의 풍파 속에 맛있는 양념 같은 그 이야기를 꺼낼 때 마다

늘 나에게 자애로웠던 계모의 따뜻했던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오랜 세월에도 찐만두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어머니를 그리는 아들의 참뜻이 아닌지?

계모였지만 어머님의 자식사랑은 찐만두처럼 폭신하고

따뜻하였으며 하얗고 순수하였다.
편지사연.. 2. <엄마와의 데이트>

김지성(, 10),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 조선족소학교 5학년 3

 

오늘은 나와 엄마가 데이트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시계만 쳐다보고 있는데

오늘따라 시간이 너무 천천히 흘러갔다.

겨우 약속시간을 맞추어 엄마 찾으러 가게로 내려갔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엄마, 아빠는 매일 저녁에 나갔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신다.

나의 생활패턴과 맞지 않아 비록 한집에 살지만

때로는 일주일 만에 아빠 얼굴을 볼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엄마, 아빠한테 불만이 쌓여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엄마, 아빠 손잡고 신나게 놀러 다니는데

나는 방학한 지 한 달이 되는데도

홀로 집을 지키는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내가 안쓰러웠는지 엄마가 어제 데이트신청을 했다.

가게에 손님이 많아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좋아해야 할텐데

난 엄마와의 데이트계획이 무산될까봐 걱정이 앞섰다.

엄마는 나를 보시더니 일을 부리나케 마무리 짓고

복무원 삼촌한테 가게를 부탁한 후

나의 손을 잡고 만달광장으로 향하였다.

나는 너무도 신이 나서 고무풍선마냥

하늘로 둥둥 떠가는 것 같았다.

만달광장에 도착한 나는 엄마와 먼저 피자집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잔뜩 주문하여 배터지게 먹었다.

내가 맛나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얼굴에는

행복의 미소가 떠있었다.

 

(엄마) 우리 아들, 엄마가 항상 미안해.

엄만 돈 버느라고 너한테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지 못해

항상 마음이 아프단다.

 

(주인공) 엄마, 괜찮아요!!

 

나는 씩씩하게 대답하였다.

맛있는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곧장 영화관으로 발길을 옮겨

엄마와 가지런히 앉아 재미있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너무나도 재미있어 깔깔 웃다가

옆에 있는 엄마가 아무 소리도 없기에 살며시 쳐다보니

쌔근쌔근 잠을 자고 계셨다.

순간 나는 마음이 찡했다.

내가 너무 철부지인 것 같았다.

 

(주인공 독백)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렇게 떠들썩한 영화관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

 

나는 살며시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영화가 끝날 무렵 엄마는 잠에서 깨어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속으로

이제부터라도 엄마 말씀도 잘 듣고 매일 안마도 해드리고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드려야겠다고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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