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입국 청소년 고려인 자녀문제를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

10월 26일 경남 김해시 동상동에 위치한 (사)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에서 인터뷰 장면
10월 26일 경남 김해시 동상동에 위치한 (사)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에서 인터뷰 장면



아시아발전재단_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지역탐방의 주요목적은 국내 체류 외국인, 특히 아시아권 외국인의 밀집거주지역의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고 두번째는 그 지역에서 이주민을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번 고려인 집거지를 중심으로 한 <7일간 기획탐방>은 국내 최초로 알려지지 않은 고려인 집거지 현장을 직접 방문해 탐방하고, 고려인 동포를 돕는 활동가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체 판단된다.

고려인 동포들은 한국어 활용능력이 미흡하기 때문에 한국에 정착해 살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도움이 절실하다. 경남 김해시에서도 고려인 동포들을 돕는 한국인 활동가를 만날 수 있었다.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 안윤지 소장과 인터뷰

 

<7일간 기획탐방> 1026일 다섯번째 날, 탐방팀이 김해시 동상동에 위치한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의 일환인 고려인 동포들의 한국어 수업이 630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앞서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고려인 동포 자녀 즉,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방과 후 한국어·문화 수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201730여년간 교직생활을 명예퇴직하고 곧바로 김해시에서 고려인 동포들의 한국어교육과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교육문제에 관심 갖고 활동해 온 안윤지 소장과 장시간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주요 화두는 중도입국 고려인 자녀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탐방팀과 안윤지 소장과의 대화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1. 중도입국 청소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어떻게 보는가?

- 중도입국 청소년 중에서도 고려인 자녀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학교를 보내도 언어가 안 되니 교사들에게도 애로사항이 표출된다. 공교육 제도권으로 편입학 하기전에 한국어 기초라도 가르쳐 학교생활 초기적응을 지원하고자 작년부터 언어교육 프로그램(여성가족부 레인보우스쿨)을 진행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

 

Q2. 어떤 어려움이 있나?

-무엇보다도 재정적인 문제이다. 재정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기관이 나서서 제도적으로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학교에 보내기 전 기초 한국어교육 학습을 거쳐 편입학을 시켜주는 소위 랭귀지코스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해 말해도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정부기관, 공무원들의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따라서 강사비 외 여타 기관운영을 개인비용으로 지난 1년간 진행해 보니 솔직히 감당하기가 어렵다.

 

Q3. 고려인동포 자녀들의 학교입학도 쉽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무슨 이유인가?

-한국학교에 입학하려면 현지 학교에서 정학 또는 퇴학처분을 내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고려인 동포 자녀들은 부모가 먼저 한국에 들어오고 뒤늦게 입국하기 때문에 미처 본국 학교문제를 처리하지 않고 무작정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본국 학교에 퇴학처분 요청을 해 보지만 본국에서는 한국학교의 입학허가서를 먼저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본 기관은 이들이 이곳(연구소)의 수업 받은 현황을 번역과 공증과정을 거쳐 결국 본국 정학서류를 받아 해결하곤 한다.

 

Q4.고려인동포들의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인가?

고려인동포들은 한국에 정착해 살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언어활용의 한계는 취업문제와도 접목된다. 여타 외국인 근로자들보다도 언어활용이 서툴러 취업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방문취업(H-2) 동포들은 한국에 들어와 직접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중국동포와는 달리 언어문제로 한계에 부딪힌다. 다행히 최근 이들에게 의무적으로도 한국어 교육에 참가하도록 하는 법무부 제도가 마련되어 다행스럽다. 학교 밖 중도입국 동포자녀들에 대해서도 한국어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

 

Q4.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등에서도 다문화지원정책으로 한국어교육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지 않나?

그렇다. 현재 교육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지방자치단체, 종교단체, 금융기관에 이르기까지 한국어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많다보니 이들은 교육현장을 찾아 오늘도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다. 물론 학생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을 받는 것을 지향한다. 그러나 이들은 시각을 다투어 언어습득이 필요한 처지의 학생들이 아닌가? 따라서 특히 이들 중도입국청소년들의 한국어 교육에 있어서는 정부 부처 간 중복된 프로그램 운영보다는 협의를 거쳐 일관된 교육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 새로운 제도마련과 정책입안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겠지만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과 조기적응프로그램이 이미 만들어져 있기에 이를 활성화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는가? 또한 제도권안에 있는 중도입국청소년들의 경우 교육부에서, 제도권 밖의 중도입국청소년들의 경우 여가부 산하의 레인보우스쿨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이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전문화시켜갈 수 있다고 여겨진다. 김해에는 아직 없지만 타시도에는 교육청학력인가 중도입국청소년 대안학교가 있어서 학생들의 적응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연구소에서 실시하는 한국어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도입국자녀들도 이전에는 다른 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에도 참가했는데, 그럴 경우 진도문제로 교사와 학생들 모두가 학습에 능률이 저하되었었다. 특단으로 지금 저희 기관에서는 학생들에게 학습장소를 병행할 수 없는 교칙을 만들어 운영하다보니 확실히 출석률이 높아져서 수업이 효율적이다. 결과적으로 중도입국청소년들의 경우 민· ·학의 학습 프로그램이 상호 연계되어 체계적으로 운영 될 필요성이 절실하다.

 

Q4. 앞서 말씀하신 것을 제안했을 때 반응은 어떤가?

잘 안된다. 이미 정부 각 부처에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 기득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 부처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기엔 시간이 없다. 따라서 고려인동포들의 문제를 함께 토론할 수 있는 민간단체들의 힘도 필요하다. 그럴만한 단체들이 있는가?

(사)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 고려인동포 한국어교육장에서
(사)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 고려인동포 한국어교육장에서

 

Q5. 중도 입국한 고려인 자녀 관련 어떤 문제가 있는지 더 듣고 싶다.

-초등학교 나이 때 들어오는 아이들은 그나마 학교적응이 빠르다. 문제는 중학교 이상 아이들이고, 특히 여자아이들은 한국 아이들보다 신체가 크고 일찍 성숙되어 있어 학교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높은 학령기에 입국하는 청소년들의 진로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에서 대학진학이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언어도 기술도 없는 이들의 갈 곳은 어디일까? 중도입국자녀들의 진로문제 등 범정부적으로 제도마련과 방안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Q6. 기술교육을 받고 안정적으로 정착해 가는 좋은 사례가 있는가?

-있다. 김해건설공고에 들어간 고려인 학생인데 학교에서 전자기술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우리 연구소에 와서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며 때로는 동생들의 안전교육이나 체험활동 중 통역을 담당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이들의 이중언어능력 함양은 장차 글로벌 시대의 우리다문화사회를 이끌어갈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Q7. 혹시 또 좋은 사례가 있나?

()통일과 나눔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올해 처음으로 다문화· 탈북청소년이 함께하는 통일어울림 캠프를 제주도에서 진행했다. 본 연구소 고려인 교육생 중 참가 가능한 10명과 탈북청소년 6명을 함께 참가시켜 23일간의 공동생활을 통하여 글로벌 다문화 시민의식과 통일조국의 정체성 함양에 노력 했다. 바다를 처음 대하는 고려인 동포자녀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통일문제에 있어서 동포들도 함께 하는 동족의식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는 일념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부모님은 물론 자녀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내년에도 계속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에 좀 더 진지하게 지원재단과 고민해 보고자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 앞에서..안윤지 소장은 퇴직금으로 본 건물 2, 3층 공간을 임대해 자비로 2년간 연구소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 앞에서..안윤지 소장은 퇴직금으로 본 건물 2, 3층 공간을 임대해 자비로 2년간 연구소를 운영해 오고 있다.


30
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로한 채 다문화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문화 석·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안윤지 소장은 퇴직 후 바로 김해에서 ()다문화연구소를 설립 한 후 중도입국 고려인동포 한국어교육 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올해 11월로 꼭 2년이 된다. 2년 동안 제도권에서 관심 갖고 진행해야 할 프로그램을 대부분 자비로 진행해 왔다. 어느 정도 진행하면 정부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협조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보았다. 여타 굵직굵직한 수상과 더불어 언론은 물론 관공서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해 목소리를 높여보기도 하지만 제도권을 움직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야 할 일이라며 사명감을 불태운다. 이는 중국동포들은 한국어가 되기 때문에 한국생활적응이 고려인 동포에 비해 덜 어렵지만 고려인동포들은 한국어 활용에 한계가 있다. 특히 이들의 자녀인 중도입국청소년들의 문제는 심각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안윤지 소장은 이번 탐방팀을 맞아 2시간 가까이 지난 2년 동안 활동해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안윤지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 이사장/소장

부산 사범대학교 학사/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관광경영학과 석사/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글로벌다문화학과 석 · 박사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글로벌다문화학과 겸임교수/ 부산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국제결혼문제연구소 지부장/글로벌국제학교 운영위원

() 동천고등학교 교사

 


본문은 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경남 김해시 기획탐방 활동가 인터뷰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상기 기사내용은 2019. 10. 26일 인터뷰에 이어 11월 28일 보충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7일간의 기획탐방 취지문]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고려인 동포 집거지를 중심으로[1]

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제2차 기획탐방을 시작하며...국내 체류 고려인은 84,511(2019.9.30 기준)

 
[경남 김해시 탐방편]
 

[기획탐방] 경남 김해시 '국경 없는 아시아촌' ...수로왕 때부터 이어지는 다문화 공존을 찾아본다

[관련기사] "중도입국 청소년 고려인 자녀 교육문제 대책이 시급하다" 안윤지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 소장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고려인 집거지 중심으로 7일간 기획탐방/한중문화학당 기획취재팀

·기획: 임영상(한국외대 사학과 명예교수)

·사진: 주동완 (한국외대 지식콘텐츠학부 부교수)

·통역: 정막래 (전 계명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

·정리: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

 

<동포세계신문은 이번 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2차 기획탐방으로 실시된 고려인 집거지를 중심으로 한 10월 탐방을 <7일간 기획탐방>으로 구성해 특집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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