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창녕군청 청사, 창녕군 창영읍 시내 도로표지판, 창년군 주변 지도(네이버 캡쳐)
창녕군청 청사, 창녕군 창영읍 시내 도로표지판, 창년군 주변 지도(네이버 캡쳐)


일곱 번째 날
(1028)

탐방 14 - 경상남도 창녕군, 고려인동포 점점 더 늘어

 

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고려인 집거지를 찾아서 <7일간 기획탐방> 대장정의 마지막날, 탐방팀은 경상남도 창녕군을 방문했다. 탐방 중 고려인동포 거주자가 늘어나고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창원에서 동대구로 가는 길에 들려보자 해서 방문하게 된 곳이다.

 

경남 창녕은 어떤 곳일까?

우포늪, 따오기, 낙동강, 화왕산, 부곡온천이 유명하다. 우포늪은 8.4km의 생명길로 1997년 생태계보전지역중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국내에서 가장 큰 내륙습지이다. 화왕산(해발 757m)은 진달래, 억새 물결이 아름다운 곳으로 드라마 허준, 대장금, 상도 등의 촬영지였다. 부곡온천은 78국내 최고의 수온을 유지하는 유황온천으로 관광객의 인기를 얻고 있다.

 

창녕군 시내로 들어섰다. 거리표지판을 따라 먼저 찾아간 곳은 창녕군청, 다소 낯설긴 했지만 군청사 로비 입구 안내 데스크에 서있는 여성에게 인사를 건네고 창령군을 방문한 목적을 설명했다. 탐방팀을 반갑게 맞이해준 그 여성은 군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베트남출신 귀화여성이었다. 안내를 받고 고려인동포가 운영하는 상점을 찾아나섰다.

 

 

군청을 빠져나와 안내원이 알려준 로터리 부근에서 ‘ANKO Bakery'라고 쓴 러시아빵집 하나가 눈에 띄였다. 그러나 문이 잠겨 있었다. 주변에 인력사무소가 몇 군데 눈에 띄여 그 중 한 곳을 들렸다. 인력사무소를 방문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60대 남성이 앉아있는 인력사무소, 농사일부터 공장, 건설인력, 잡부를 공급해주는 사무실이었다. 외국인 특히 고려인노동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고려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를 알려줄 것을 문의하니 금방 소개받을 수 있었다.

로터리를 돌아 창녕우체국 부근, 번지수는 창녕군 창녕읍 종로 3, 란데뷰까페(식당)를 찾을 수 있었다. 인력사무소에서 일러준 바로 그곳이다. 운 좋게도 고려인 사장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에서 온 이베라 씨, 20102월 이곳 창녕에 와서 2017년 란데뷰까페를 열었다고 한다. ‘랑데뷰(rendez-vous)’는 불어로 만남의 장소라는 의미이다. 러시아어로도 그 의미대로 쓰이는데 식당과 같은 만남의 장소에 상명으로 즐겨사용한다.

란데뷰까페는 식사뿐만 아니라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노래방 음향시설도 갖추고 있고 러시아 쵸콜렛과 빵, 술을 판매하는 간단한 매대도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탐방팀은 이베라씨와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란데뷰까페에서 이베라씨와 인터뷰 하는 장면
란데뷰까페에서 이베라씨와 인터뷰 하는 장면

 

런데뷰까페 사장 고려인 이베라 씨 인터뷰

 

Q1. 창녕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 2008년 한국에 왔다. 경북 고령군에서 회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해, 20102월경 창녕에 와서 회사도 다니면서 인력사무소 일을 도와주었다. 당시 8명 정도 조선사람들(이베라씨는 고려인을 조선사람이라 불렀다)이 있었는데 내가 한국말을 할줄 아니까 한국인 사장님이 인력사무소일도 도와주면 좋겠다 해서 회사 다니며 인력사무소 일도 하게 된 것이다.

2017년부터는 까페(식당)을 운영하며 인력사무소 일을 돕고 있다. 일하는 현장에 따라다니며 통역도 해주고 하루하루 바쁘게 보낸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통역봉사활동을 한다.


Q2. 창녕에는 고려인 동포들이 얼마나 거주하나?

- 2012년부터 점점 늘어나서 지금은 450에서 500명 정도 되는 것같다. 인근에 공장이 많아서 이곳에 오는 고려인들이 많고, 30여명은 아침 저녁으로 버스를 타고 밀양까지 가서 일을 하고 있다.

 

Q3. 고려인동포 자녀들도 있을텐데 어느 정도 되나?

- 이곳 초등학교에 고려인 자녀들 8명이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상은 잘 모른다.

 

Q4. 창녕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 한국어를 못해 겪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어를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하다. 한때는 교회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준다고 해서 30명 정도가 참여했지만 러시아통역 없이 하다보니 못알아듣는다면서 인원이 많이 줄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가르쳐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한국어를 조금 할줄 아는 고려인들이 있는데 별도로 시간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Q5. 한국어는 어떻게 배웠나?

- 2008년경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나도 한국말을 잘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에 와서 한국분들과 자주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한국어가 조금 늘어난 것이다.

 

Q6. 부모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나?

- 아버지와 어머니 조선사람이다. 1947년경 러시아 하바로스크로 이주해 벌목일을 하셨고 1955년경 경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해 갔다. 나는 1961년 태어나 한국 오기전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활을 하였다. 아버지 고향은 광주로 알고 있는데 1975년경 일찍이 돌아가셔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잘 모른다. 어릴 적 아버지가 언젠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씀을 누차 하셨던 기억은 난다. 어머니 고향은 전주였고 우즈베키스탄에서 2013년경(당시 92) 생활하시다가 한국에 와보지 못하고 92세 나이로 돌아가셨다.

 

Q7 앞으로도 계속 창녕에 정착해 살 계획인가?

- 그렇다. 남편과는 이혼한 상태이지만 시어머니와 딸 둘이 창녕에 함께 살고 있다.

사회통합교육프로그램 신청서를 보이고 있는 이베라 씨
사회통합교육프로그램 신청서를 보이고 있는 이베라 씨


또한 이베라 씨는 어떤 건의사항이 있냐는 질문에 사회통합프로그램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각 곳에 교육센터를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지난 92일부터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해야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영주자격(F-5) 체류자격을 취득하고 국적까지 취득할 수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7일간의 기획탐방 취지문]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고려인 동포 집거지를 중심으로[1]

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제2차 기획탐방을 시작하며...국내 체류 고려인은 84,511(2019.9.30 기준)

 

한국속에서 아시아를 찾다-고려인 집거지 중심으로 7일간 기획탐방/한중문화학당 기획취재팀

·기획: 임영상(한국외대 사학과 명예교수)

·사진: 주동완 (한국외대 지식콘텐츠학부 부교수)

·통역: 정막래 (전 계명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

·정리: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

 

<동포세계신문은 이번 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2차 기획탐방으로 실시된 고려인 집거지를 중심으로 한 10월 탐방을 <7일간 기획탐방>으로 구성해 특집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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