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한민족방송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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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가 직접 촐연하여 전해주는 1225KBS라디오 수요일의 행복우체통입니다,


중국동포들이 보내준 오늘의 편지사연

 

편지사연..1. 새로 온 베트남 이웃/ 이화실(, 60), 대한민국 서울시 광진구

편지사연..2. 열차에서 만난 사람들/안해월(, 60), 중국 강소성 소주시

 

 


편지사연.. 1. <새로 온 베트남 이웃>

이화실(, 60), 대한민국 서울시 광진구

 

3월의 어느 날,

고요하던 이웃이 갑자기 왁자그르르 시끄러워졌다.

 

(주인공) 새 세입자가 들어왔나?

친정엄마 같던 이웃집 이모님이 이사를 간 후

몇 달간 비어있던 집에 새 이웃이 들어왔다.

세종대학교에 다니는 남자 한 명, 여자 세 명인

베트남 유학생들이었다.

까르르', ‘깔깔'~ 날파람 나게 웃고 떠드는 그들은

조용하던 이전의 이웃과는 극과 극이었다.

이웃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에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잠귀가 밝은 나는 새 이웃이 온 후부터

12시 전에 거의 자 본 적이 없었다.

신고를 할까 하다 이웃으로 건너갔다.

노크하고 들여다보니 생일축하 파티를 하고 있었다.

 

(주인공) 누구 생일인가 봐. 생일 축하 해.

 

지금 몇 신지 시계를 가리켰다.

 

(여학생) 죄송해요. 이제 말 안 할게요....

 

그 후로 한동안 잠잠하다

어느 날 또 왁자대기 시작해

11시가 지나 이웃으로 건너갔다.

산낙지와 전북을 손질 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

낙지손질은 밀가루로 해야 한다고 알려 줬더니

밀가루가 없단다. 나는 집에서 밀가루를 가져다가

낙지 손질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 후부터 이웃은 확실히 조용해 졌다.

그런데 6월 말부터 갑자기 옆집이 너무나 고요했다.

그들이 스치로폼 상자에다 심어 놓은 채소가 시들고 있어

물을 떠다 듬뿍듬뿍 주고, 호박과 강낭콩 넝쿨에다

지주를 세워주었더니 채소들이 하루가 다르게 푸르싱싱해졌다.

두주일 후, 이웃 학생들이 돌아왔다.

외지에 실습을 갔던 거란다.

그들은 자기들이 없는 사이 무럭무럭 자란 채소와

지지대를 따라 자란 호박넝쿨을 보고 감격해마지 않았다.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몹시 뿌듯해 났다.

 

(주인공) 그래, 그들에게 엄마 같은 존재가 돼 주자.

 

나는 이사 간 친정엄마 같던 이웃의 이모님을 떠올렸다.

떠들고 팔딱거려 웬수 같던 이웃이 내 자식 같다고 생각하자

나의 정서도 차분해지고 그들의 풋풋하고 싱싱한 청춘이

오히려 나에게 젊음과 활력을 주는 것 같았다.

한번은 세종대학교 앞을 지나는데

옆집 여학생이 다가와 먼저 인사를 했다.

베트남 전통복장이 예쁘다고 하자 같이 사진 찍자고 했다.

이웃사촌이라고 나는 항상 마음 쓰이는 베트남 이웃과 어우러져

한국생활을 즐기고 있다.

 

 

편지사연.. 2. <열차에서 만난 사람들>

안해월(, 60), 중국 강소성 소주시

 

이번 국경연휴 나는 손녀를 데리고 아들과 함께

강소성에서 아들 사업항목이 있는 호남성 형양까지 가게 되었다.

열차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인터넷 티켓 구매 시간 때문에 각기 다른 좌석에 앉게 됐다.
우리 방에 있는 아들 또래의 젊은 남성에게

자리표를 바꿀 수 없는지 물었더니

그 청년은 아주 시원스레 자리를 우리에게 내 주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오는 길에 아들은 사업 때문에

형양에 있는 회사에 머무르고

나와 손녀 둘만이 오게 되었다.

돌아올 때 역시 명절기간이라 위층 침대표를 겨우 끊었다.

열차에 오르니 우리 방에는 5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우아한 여성이 있었다.

몇 정거장 지나자 우리 침대방 문 앞에

삼십대쯤 되는 장발의 청년이 나타났다.

내가 임시로 앉아있던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서
꼿꼿한 눈길로 나를 쏘아보며 질책하였다.

나는 웃으며 아직은 밤이 아니니 잠 잘 때 올려가려고

임시로 앉아있었을 뿐인데 죄송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청년은 나에게 불만과 경멸의 소리를 끝없이 쏟아냈다.

떨리는 마음을 겨우 참고 있는데

맞은편 여성분이 차분한 어조로

분에 겨워 씩씩대는 장발의 청년을 보고

이분이 나이가 있고 또 어린이를 데리고 자주 오르내리기 불편하여

임시로 앉은 것뿐이라고 말을 했다.

그 여성의 우아한 차림새와 기질에 주눅이 들었는지

장발의 청년은 침대칸에서 홱 돌아져 나가버렸다.

장발의 청년이 나가자 손녀가 무섭다고 울면서

막무가내로 다른 자리로 가자고 떼를 썼다.

그 여성은 나의 손녀를 끌어안고 눈물을 닦다주며

아무 일도 없을 거라며 다독여 주었다.

잔잔한 감동에 이어 나는 속으로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한족들은 자기와 상관없는 일은

이웃에서 설사 살인이 일어나도

절대 관여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 열차에서 그것도 생면부지인 우리 편을 들어주는

그 여성이 그저 고맙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의 한족에 대한 편견을 철저히 깨버렸다.

한밤중 장발의 청년이 침대에 드러눕는 기척이 들렸지만

무섭고 가슴이 뛰지 않았다.

바로 아래층 여성이 마치 나를 지켜 주려는 듯 뒤척임을 한다.

나는 그 뒤척임 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깊은 잠에 빠졌다.

여행에서 만난 아름다운 덕행의 여성이여,

그리고 우리의 여행길에 푸른 등을 켜준 한족 청년이여

비록 짧은 만남이지만 당신들의 아름다운 소행을

나는 오래오래 마음속에 따뜻이 간직할 것이다.


KBS라디오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편성: - 07:0008:00

연출: 김경희 작가:김경순 진행:이소연

매주 수요일 행복우체통 시간에는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가 출연하여 중국동포 분들이 보내주신 오늘의 사연을 2편씩 선정하여 읽어드리고 이야기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본문은 KBS라디오 한민족방송 보고싶은얼굴 그리운목소리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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