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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폭탄”, 도화선에 불을 붙이지 말자

[예동근 교수]갑작스런 9월 7일 광화문 ‘조선족 혐오차별 철폐’ 집회에 대한 소고

EKW동포세계신문 편집국 기자 | 2019.09.11. 21:06 kakao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예동근 부경대 교수  항상 무서운 것은 뒤에 온다.

마이너리티(사회적 약자)는 항상 권익증진, 이미지 향상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인정을 못 받거나 무관심에 직면하면,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만을 토하기 시작하면서 내부 집단이 서서히 분열되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많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무섭고 끔찍한 일은 항상 그 뒤에 벌어진다. 오랫동안 묵혀 온 감정, 분노들이 작은 균열을 이용해서 활화산처럼 타오르면서 폭발하기 때문이다. 대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단체들이 냉철하고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1991년 미국 로스안젤리스에서 벌어진 한 총격사건을 떠올려보자.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한국인 두순자(당시 49)씨는 라타샤할린스(당시 10)가 오렌지 주스를 살 때 가방에 손을 넣은 것을 물건 훔친 것으로 오해하고 그를 도둑으로 취급했다. 화가 난 흑인 아이는 두순지를 가격하였고 순간, 생명의 위험을 느낀 두순자씨는 흑인 아이한테 총을 쏘았다. 아이는 죽었고 두순자씨도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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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으로 인해, 코리안 타운 2300개 업소가 쑥대밭이 되고, 한인들은 죽음을 당하였으며 이는 오랫동안 한인과 흑인사의 지역 갈등구조에 굉장히 큰 악영향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냥 하나의 도화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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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일 로드니킹이라는 흑인이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달리다 백인경찰 4명에 잡혀 집중 구타를 당했다. 이에 과잉진압논란이 일어나면서 오랫동안 묵은 흑백갈등이 고조되었다. 이런 프레임 속에서 두순자 사건이 다시 발효되면서 평화적인 시위가 폭력으로 변해갔고 그 결과는 생각만 하도 무서울 정도로 잔혹했던 것이다.
 
태풍 링링은 다행히 이런 불붙는 도화선에 물을 뿌리고 냉각시켰다고 생각된다.

한송이 사건으로 한국의 조선족동포사회에서 오랫동안 참고 묵혀 온 감정들이 폭발하고 있다. 한국의 대부분 조선족 지식인들과 단체장들은 이 사태를 냉철하게 분석했으나 일부 소수 단체들은 고집스레 맞불시위를 계획했다. 그것도 광화문 동아일보앞에서 조선족 혐오 발언을 연속 3주로 하고 있는 모 단체(동영상을 보면 그 발언은 전체 발언에서 매우 적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를 대상으로 맞불시위하려 하려고 했다.
그리고 97일 시위 5일도 남기지 않고, 명확한 시위조직 단체는커녕, 집행위원장이 누군지도 모르는 시위 통지문이 각종 조선족 단체 방에서 떠돌아다녔다. 많은 단체장들이 반대하였지만, 시위는 결국 강행되었다. 태풍으로 참석자도 저조하였고, 상대편의 시위가 마무리 되는 시점, 그리고 시위 준비자들도 사건의 심각성, 충돌 방지에 많은 신경을 썼는지 다행히 시위는 소리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정말 섬뜩하고 무섭지 않을 수가 없다. 소위 한국에서 보수로 알려진 태극기 부대, 그들과 충돌 구조를 이루고 있는 촛불시위세력, 그리고 한국당과 민주당이 대립하는 갈등의 공간이 바로 광화문 광장이기 때문이다.
 
20204월의 한국 총선을 앞두고 이런 갈등 구조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호감을 갖고 있는 탈북자들이 많은가 하면, 문재인 정권에 호감을 갖고 있는 조선족도 많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대립 구도로서만 힘을 발휘하게 되면, 자칫 수습하기 어려운 참사를 야기할 수 있다. 각자의 입장이 정치적 입장으로 굳어지면 혐오는 더욱 커지며, 오히려 시위의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립적 프레임을 벗기는 것이 조선족 지식인과 단체장들이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실제로 탈북자들이 해결하고 싶어 하는 생존과 각종 사회적응 문제들, 조선족 동포들이 요구하는 노동·교육 환경개선, 생활복지등 더 중요한 민생 이슈들이 더 본질적인데 이것을 제쳐두고, 정당 충돌 프레임에 갇히면 해결은커녕, 상대집단에 대한 분노, 원한만 키우는 도구로 전락하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충돌-적대 구조는 지극히 작은 사건도 상식 이하의 발화점에서 폭발하게 한다. 숨겨진 폭탄 한방이 한국의 조선족집단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조선족과 탈북자 문제는 국경을 넘는 초()국경문제로, 때로는 외교적 문제로 취급되고 때로는 인권문제로, 때로는 민족문제로 치부되는 복잡한 문제이다.

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한 조선족도 많지만, 여전히 중국국적을 보유한 조선족들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에 이 문제는 더욱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오히려 1인 방송, 1인 시위를 통해 충분히 법적인 문제를 감당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개인적 행위로 자신의 목소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한 그렇게 하더라도 조선족단체나 전문인들의 자문을 받아 남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사건은 조선족 단체와 탈북자 단체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기도 한다. 설사 적대적이라고 하여도 상대방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의 감정이 빨간불인지, 파란불인지 이해를 할 수 있고 치킨게임에 빠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런 지식들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조선족들은 우호적인 탈북자 단체들과 더 많은 학술·문화교류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 대화가 가능한 탈북자 집단들과 서로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두 집단 사이에서 난투극이 벌어지는 것을 지지하는 구성원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포용력이 있는 탈북자 단체, 조선족 단체들이 서로 소통을 하고,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한국 특유의 정당 갈등구조에서 벗어나 초당적 정책공약, 초당적 협력구조의 판을 만들고, 한국사회의 외국인 혐오증이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저지시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경기가 하락하고 경제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회갈등이 폭등할 때 외부인들은 쉽게 마녀사냥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아래 세 가지 측면에서 충분히 반성하고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여야 한다.

첫 번째, 동포 단체들의 역할과 기능이 분화되어야 한다.

선거철에는 정치에 관심을 갖는 단체장들이 출현하고 다양한 정치활동도 하게 된다. 조선족 동포에서 국회의원이 나오고 구의원이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조선족 단체들이 조선족 국회의원만드는 일을 최대의 현안과 과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는 순간 현재의 조선족들은 특정 정당에 집중되기에 반대 정당의 표적이 된다.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적지 않다. 오히려 탈정치화하여 다른 정당을 비방하지 않고, 조용하게 다양한 마이너리티 집단들과 공동으로 정책 아젠다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창조적, 대안적 정책 활동에 우리 조선족 앞장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한국사회에 전달하는 것에 오히려 매진해야 한다.
조선족이 특정 정당의 원인으로, “특혜집단으로 인식되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 또한 한국 국적이 없는 조선족들은 최대한 한국 정당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에 참여한다면, 정치집단세력에 의해 말려들지 않게끔 조심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국적을 가진 동포들은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석하여 투표를 하여 그 존재를 알려, 투표로 심판할 수 있는 권리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즉 분업을 명확히 하여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동포 언론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엘리트들의 두뇌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소수자 집단의 훌륭한 인재도 포용하여 뉴스의 진실성, 다양성, 전문성 제고에 힘을 더 써야 한다.

한국국적을 갖고 있는 언론사 대표들은 조선족에 대해 우호적인 탈북자 단체장들의 글, 인터뷰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지면에 담아, “공존-화해범주를 넓힘으로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언론매체로 거듭나야 한다. 중국에서 지사로 파견된 동포 언론 또한 중국 측에서 우려할 수 있는 부분, 외교문제가 될 수 있는 입장을 담아, 동포들이 다양한 입장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동포단체들이 너무 난립하여 부작용도 있기에 신문사들이 각 대학의 서열을 매기는 것처럼 순위까지 매기지는 않더라도, “영향력지수”, “신뢰지수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어떤 단체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영향력이 있으며, 각 단체들이 진행한 행사들의 평판 등을 신뢰지수와 같은 지표를 통해 감시함으로써, 단체들이 무책임하게 행사를 만들지 못하게 하고 또 좋은 방향으로 흐르도록 격려해야 한다.
 
세 번째, 과거의 시위경험을 총화하고 해외의 다양한 시위를 연구해서 바람직한 조선족시위문화를 찾아가고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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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대 중반에서 2000년도 초반, 동포단체들은 공존-화합을 핵심으로 주류사회와 소통하고 조직 내부를 응집시키면서 빠른 성장을 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저항시위의 경험도 적지 않다. 정당한 노동권, 시민권을 찾기 위해 금식운동, 차별 반대운동으로 정당한 권익을 쟁취한 경험이 있는가 하면, 일부 단체와 지도자들은 극단적인 국적포기운동까지 주도하여 외교적 문제, 조선족 내부의 분화, ·중 관계에까지도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준 사례가 있었다.
이런 경험을 겪으면서 동포단체의 리더로 성장한 훌륭한 지도자들이 적지 않기에 동포 매체들은 한국에서 조선족 시위의 득실을 투명하게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시대 또 다른 현상으로, SNS를 충분히 활용하는 젊은 오피니언들이 등장하면서 시위의 다양성, 동포 목소리의 확장성, 전문성도 증가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충분히 검토하여 어떻게 하면 SNS를 통해 조선족의 긍정적 이미지와 권익제고에 도움을 줄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태풍, ‘링링은 지나갔다. 97일 집회는 소규모로 끝났지만, 하마터면 폭탄물의 도화선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감지하였을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서 조선족의 정치 리스크는 다른 에스닉 집단이 갖는 피해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안전제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언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국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여 선거로 의사표현을 충분히 하길 바란다.
 
저자: 예동근, 중국 길림성 영길현 출신, 현재 국립부경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본 원고는
각 동포언론매체에 공동 기고하는 원고(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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