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가영씨의 아버지의 노래 외

KBS라디오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가 직접 촐연하여 전해주는 1127KBS라디오 수요일의 행복우체통입니다,

 

-중국동포들이 보내준 오늘의 편지사연

편지사연.. 1. 아버지의 노래/ 류가영(, 40), 중국 길림성 연길시 (량건 관리)

편지사연.. 2. 내 마음의 노래/리정화(, 60), 중국 길림성 연길시

 

편지사연.. 1 <아버지의 노래>

류가영(, 40), 중국 길림성 연길시 (량건 관리)

오늘은 이 딸이 뒤늦게나마 아버지 노래를 부르렵니다.

아마 이 세상 모든 딸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아버지의 노래라 생각한다.

산 같은 아버지, 언제나 나에게 뒷동산의 느티나무처럼

변함없는 쉼터가 되어 주시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시는 75세 나의 아버지,

나 땜에 지금도 힘드신 아버지....

그런 내색 전혀 없이 밝으신 산 같은 아버지,

하늘 끝까지라도 아버지를 업고 가고 싶습니다.

내가 지금 매일 웃으며 아픈 환자들의 희망의 되고

건강상담소를 운영 할 수 있는 건

우리 아버지 긍정적인 성격을 닮은 것이리라.

부도가 나도 앞을 바라보며 웃으며 사셨고

내가 뇌종양 말기 진단을 받고

두 달 산다는 병원 판정을 듣고

불독같이 화를 내던 아버지...

 

(아버지) 늙은 아버지가 살았는데 이쁜 내 막내딸 왜 죽니?

울 집에는 순서가 있다.

 

가로등도 안 꺼진 새벽이면 두 손에 콩물을 들고

우리 집에 와서 날 깨워 운동을 시키던 아버지,

추운 겨울 빨갛게 언 아버지의 두 손을 보며

난 매일 콩물이 아닌 아버지의 위대한 사랑을 마셨다.

뇌종양이 귀 신경을 눌러서 나는 듣질 못한다.

새벽에 혼자 운동 나갔다가 트럭에 치어

다리도 끊어지고 공포증까지 생겨

집까지 팔고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새로 이사한 후 새벽마다 아버지 팔짱을 끼고 걸어 다녀

숱한 마을 사람들이 나와 아버지를 손가락질 했단다.

후에 사정을 알고 모두 엄지손을 내밀었다.

혼자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과 아픈 딸을 대신해

토끼 같은 내 아들을 업어주고 키워주신 아버지.

내가 쓴 투병기가 은상을 탔을 때

호텔 시상식에 찾아 오셔서 그렇게 기뻐하던 내 아버지....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장수 하세요.

아버지의 위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나는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고

43세인 이 나이에도 응석부리면서

아버지가 골라주는 명태 눈알을 먹는다.

언제나 꿋꿋이 뒤에서 나를 지켜주는 아버지,

엄마에게 한국노래 고장 난 벽시계를 들어 보라는 센스쟁이 아버지,

노년에 아바이 냄새가 난다며 담배도 끊은 아버지...

이런 아버지가 내 아버지라 자랑스럽고

이런 아버지가 계시기에

나는 두 달 산다는 병원의 판정을 뒤엎고

13년의 기적의 발걸음을 내디딘다.

아버지 고맙고 사랑해요.

 

편지사연.. 2. <내 마음의 노래>

리정화(, 60), 중국 길림성 연길시

 

파란 잎들을 알록달록 물감으로 칠해놓은 듯

예쁘게 단풍이 들었다.

오늘은 열한 살 된 사랑하는 손자와 함께

모아산 숲속 낙엽을 밟으며 가을 향기에 취해본다.

 

(손자) 할머니는 또 그 노래 불러요...

 

(주인공) 내 마음의 노래란다.

이 노래를 부르면 어머니 생각도 나고

동년의 추억을 불러 온단다.

 

(손자) 나도 내 마음의 노래 하나있는데...

 

(주인공) 무슨 노랜데?

 

자는 말없이 단풍잎 하나를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본다.

 

(손자) 작년에는 엄마아빠와 함께 이 길을 걸었는데,

단풍잎도 책갈피에 끼워주면서...

(향기를 맡으며) ...엄마 향기 같아!

 

손자가 단풍잎을 가슴에 꼭 품고 걷는다.

 

(손자) 할머니, 엄마가 단풍 들면 오신다고 했는데

그곳엔 단풍이 안 들었나 봐요...

왜 아직도 안 오시지?

단풍잎에 편지 써서 바람에게 부탁해야지,

이곳엔 빨갛게 노랗게 단풍이 들었다고...

 

손자는 붉게 물든 단풍잎을 따서 책갈피에 소담히 끼워 넣는다.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단풍든 숲속 길을 걸었다.

 

(손자) 엄마야 아빠야, 우리 우리 함께 살자야,

해도 있고 달도 있는 푸른 하늘 집처럼...

 

앞서 걷던 손자가 두 손에 단풍잎을 한 웅큼 받쳐 들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이 노래를 부르는데 콧잔등이 찡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무리 손자를 귀여워하고

잘 보살핀다고 한들 어찌 엄마아빠의 사랑에 비길 수 있으랴!

엄마아빠와 함께 있을 때는 천사 같던 얼굴이

부모가 외국으로 돈 벌러 떠나면서

천진난만한 모습 속에는 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얼마나 많은 조선족 가정들에서 우리 손자와 같은 애들이

엄마아빠의 사랑이 그리워서 울고 있을까?

 

(주인공) 엄마야 아빠야 우리우리 함께 살자야,

해도 있고 달도 있는 푸른 하늘 집처럼...

 

나도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손자의 눈에서도 나의 눈에서도

그리움의 눈물방울이 똘랑똘랑, 뚤렁뚤렁 떨어진다.

 

KBS라디오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편성: -07:0008:00

연출: 김경희 작가:김경순 진행:이소연

매주 수요일 행복우체통 시간에는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가 출연하여 중국동포 분들이 보내주신 오늘의 사연을 2편씩 선정하여 읽어드리고 이야기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본문은 KBS라디오 한민족방송 보고싶은얼굴 그리운목소리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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